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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의협려
제 37 회

옹주님, 쉬면서 뭐 좀 먹고 가요

그래

끝내주는데

갑니다!

주인장, 술 달라니까

- 네, 네, 앉으세요
- 술!

- 술 갖고 와, 술
- 알았어요, 알았어

- 빨리, 빨리! 어서 해!
- 알았어요

많이 드세요

- 술!
- 네, 네

옹주님 같은데?

아냐, 옹주님이 왜 여기 계시겠어?

아냐, 아냐, 옹주님 곁엔
유산이 있는데 저 여자는..

유산이 아니네, 닮은 것뿐이야

닮긴 진짜 닮았네

이거 봐

- 주인장
- 네

이런 사람 봤나?

젠장, 사팔뜨기네, 꺼져

두 분 나리, 누구 찾으세요?
어디 저 좀 보여주세요

자, 봤어?

예쁘다, 정말..

알면 놀랄걸?
태후의 친조카와 그 몸종이다

- 금자 옹주님?
- 아는 사이냐?

아뇨, 저 같은 놈이
어떻게 옹주님을 알아요?

그건 그래

나리, 힘드실 텐데 술 한잔 어떠세요?

이봐, 어서 술 가져와
아니에요, 자, 앉으세요, 어서

자, 앉으세요, 어서

- 자, 많이 드세요
- 서라! 서!

돈 내야지!

잠깐!

뭘 봐요? 가요

어서, 어서!

빨리요, 빨리

어서 들어와요, 어서

- 다행이다
- 정말 감사합니다

아뇨, 아뇨, 천만에요

당안, 고마워요

- 옹주님, 아직 절 기억하세요?
- 서로 아는 사이예요?

- 네
- 여긴 어쩐 일이에요?

옹주님, 기억력이 나쁘신가 보다
잊으셨어요?

그때 유선과 결혼하시면서
제영보고 떠나라고 하셨잖아요

저와 제영은 경성을 떠나
여기서 의원을 열었죠

하지만 제영은 유선에게 홀려
저만 남겨두고 떠나버렸어요

옹주님, 왜 황궁을 떠나셨어요?
왜 관군에게 쫓기는 거죠?

- 얘기하자면 길어요
- 유선 나리 때문이죠

유선?

유선! 유선! 난 그 놈이 제일 싫어!

참, 넌 누구야? 옹주님 곁에는
유산이 있어야 하는데?

왜요? 제가 잘못 말했나요?

산아는 죽었어요

유상 손에 죽었어요

죽어요? 어떻게 그런 일이?

떠나온 지 오래 됐죠?
경성에서 생긴 일은 모르나요?

몰라, 알고 싶지도 않고

제영이 떠난 후 내 인생은 암흑이 됐죠

당안, 제영을 좋아하는군요

이 세상에서 제가 제일 제영을 좋아해요

찾고 싶나요?

어디 있는 줄 알아요?

- 작은 나으리와 파촉에 있어요
- 어떻게 알았어요?

감히 도망을 가?

금자, 파촉이든 세상 끝이든
널 찾아내고 말겠다!

그리고 유선, 며칠 더 살게
해줬으니 만족하겠지?

기다려라, 이제 끝을 낼 때가 왔다!

뭐냐?

세상이라도 무너졌느냐?

한심하구나, 너 정도라면
어떤 여자라도 얻을 수 있잖느냐?

난 금자를 원해!

어려서부터 결심했소
기필코 금자를 갖고야 말겠다고!

하긴 그래

금자를 위해 많은 걸 해줬는데

널 저버렸으니 그러는 것도
무리가 아니지

- 모두 금자 잘못이다
- 마마

- 또 파촉을 공격하자는 얘기냐?
- 전 금자 없인 살 수 없습니다

거병은 큰 일이다
이렇게나 공사를 구분 못하는데

- 내가 안심할 수 있겠느냐?
- 마마!

무슨 말인지 안다!

우선 마음을 진정시키거라

잊지 마라
네가 가진 병권은 내가 준 거다

그러니 넌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해

네 마음 내키는 대로 해서는 안 돼

알겠습니다, 하명하십시오

말귀를 알아듣는구나

상아, 우선 참고 어떻게
공격할지 생각하며

계획을 세워보거라

때가 되면 네가 가기 싫어도 보내줄테니

감사합니다

유상이 그렇게 변할 줄 몰랐네요
제영은 좋은 일을 한 건데

왜 하필 파촉으로 간 걸까?
정분 나서 도망간 거야?

그만 좀 해요, 오는 내내
쉬지도 않고 계속 떠들어대네

- 그렇게 떠들면 목 안 말라요?
- 뭔 상관이야? 노래하는 셈 쳐

얼마나 더 가야 하죠?
정말 아는 거예요?

길을 아냐고?
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어

예전에 제영과 함께 약초 캐러 갔었거든

- 그때 제영은..
- 그만 좀 해요, 지겨워 죽겠네

제영, 어디 있어?

유선, 일어나요
내가 직접 만들었어요, 먹어봐요

어디 갔지? 유선

맙소사, 설마 또..

유선!

- 따라오지 마, 저리 가
- 장군님

장군이라고 하지 마!
난 장군이 아냐, 꺼져!

장군님, 여후를 척살해야 합니다

회피하시면 안 됩니다

장군님

장군님, 어디 가십니까?
모두가 기다립니다

마음대로 해, 난 신경 안 써
너와 말 안 하면 넌 사라질걸

장군님, 그러면 안 됩니다
영명하던 유선 장군 아닙니까?

장군님 없이 어찌 사명을
이어나가겠습니까?

난 상관 안 해
안 해, 상관 안 한다고!

미친 놈

유선!

유선 못 봤나요? 유선 못 봤나요?

유선!

유선 못 봤나요?

유선 못 봤어요?

제영!

- 유선이 사라졌소?
- 네, 어디 갔는지 모르겠어요

그 미친 놈이 또 말썽이네

현작, 네 일 아니니 입 다물어

네, 상관없죠 난 항씨가 아니니까

유선이 여기를 다 태워버려도
난 상관없어요

소주님, 장로님, 현작 낭자

- 소주님, 누구 찾으세요
- 유선을 봤나?

봤죠

- 봤어요? 어디서요?
- 중얼거리며 산 위로 갔소

산 위?

큰일입니다, 소주님, 거긴..
어서 가십시다

- 알았소, 어서 찾으러 갑시다
- 네

같이 가요!

평생 날 따라다닐 거냐?

내가 왜 여기 온 줄 아느냐?

왜 웃지? 할 말 있나?

누가 절볼까 봐 여기 오신 겁니다

- 그들 눈에는 안 보여
- 그러길 원하시니까

모두 안 보이는 척하죠

무슨 소리냐?

찔리시오? 이제 그만하시지
오늘에야 당신의 진면목을 봤소

당신은 나약한 겁쟁이요!

뭐야? 나보고 겁쟁이라고?

그럼 왜 여기 숨어 있소?
여후가 이 나라를 농단하는데!

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게
겁쟁이가 아니면 뭐요?

기다려요!

소주님, 유선이 금역에 난입하면
끔찍한 일이 벌어질 겁니다

현작과 먼저 가세요, 곧 가겠습니다

- 도대체 뭐가 그렇게 급해요?
- 이 길이 아직도 기억나오?

- 그렇다면..
- 그렇소

패왕의 유해를 건드린다면
나도 절대 용서치 않을 거요!

- 당신은 겁쟁이지?
- 아냐, 난 아냐

그 말을 부인하는 건
내 존재를 부인하는 것과 같아

닥쳐!

넌 환각이야, 난 알아
넌 내가 만든 환각이야!

장군, 나밖에 안 보이겠지만
내 뒤엔 무수한 원혼이 있소

거의 유씨요, 당신 손에 죽거나
당신 때문에 유상 손에 죽었지

모두 죽었지만 당신은 살아 있어
당신만 살아 있어!

여기 숨어 있는 게 안 부끄럽나?
부끄럽지도 않아?

닥쳐!

약속해줘요, 또 이렇게 되면
날 떠올리고 날 찾아요

나와 함께 환각을 이겨내요

어디 가는 거요? 그 여자를 찾아
계속 겁쟁이 짓을 하게?

맞아

제영 말이 맞아, 넌 환각이야
넌 이세상에 없어, 넌 환각이야!

겁쟁이, 무수한 사람을 죽여놓고
저만 살려고? 넌 비열한 놈이야!

닥쳐!

꺼져! 귀찮게 하지 마!

수의집법 할 때의 모습으로
되돌아간 건가?

유씨들을 죽일 때도 지금처럼 무정했지

그래, 난 냉혈한이었어 무정했어

무고한 자들을 죽였다
씻지 못할 죄를 지었어,그런데!

겁쟁이처럼 여기 숨어 있어

난 쓸모 없어

난 쓸모 없어!

- 아저씨
- 막아야 해, 못 들어가게 해

아저씨!

유선, 진정하시오!

유선!

아저씨!

유선, 안 돼!

- 아저씨!
- 유선을 막아야 해

아저씨!

- 소주님, 관을 지키세요, 관을!
- 네

아저씨

환각이야, 모두 환각!

유선, 안 돼!

소주님, 관을 지키세요

유선, 안 돼요
나예요, 나!

유선!

패왕!

패왕! 패왕!

안 돼요!

고의가 아니었어요!

항운, 유선은 환자예요
고의가 아니었어요

유선

죽여라! 죽여라! 죽여라!

데려와!

죽여라! 죽여라!

죽여라! 죽여라! 죽여라!

유선

나와 부족 사람들이
널 섭섭하게 했느냐?

난 이성을 상실하고

금역에 침입하여 성지를 더럽혔소

대죄를 지었으니
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소

유선, 우리의 금기를 깼으니
죽어 마땅하다

난 소주로서

모두를 대신해서 직접 처벌하겠다

잠깐만요!

소주님, 제발 용서해주세요

일부러 패왕의 유해를
훼손한 게 아니에요

모두 제 말을 믿어주세요

가련한 사람이에요
그동안 중압감에 시달렸죠

그래서 정신이 혼란해
환각을 본 거예요

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

- 제발 용서해주세요, 네?
- 제영, 그만하시오

제영, 그럴수록 더 괴롭소

난 지금 폐인일 뿐이오

당신이 이럴 필요 없소
병이 난 뒤부터

나는 많은 잘못을 저질렀소
마음의 고통이 계속 날 괴롭히오

나 때문에 죽은 자들이 보이면
그들을 볼 낯이 없소

극복하겠다고 약속했잖아요

안 되오, 영원히 극복 못 해

이건 인과응보요

무고한 사람들을 죽였으니
이젠 대가를 치러야지

인과응보요
죽어야 모든 게 해결될 거요

안 들을래요
안 들어요, 안 들을래요

제영, 비키시오
소주, 부탁이오, 치시오!

항운, 죽이면 안 돼요!
친구라고 했잖아요!

제영!

죽여라! 죽여라! 죽여라!

항운, 생각해봐요
패왕이 정말 회생할 수 있나요?

머리 속에 뭐가 든 거예요?

그리고 다른 이유도 있소
유선이 나와 닮았기 대문이오

무슨 뜻이죠?

난 패왕의 후손이오
어려서부터 모두 이렇게 말했지

넌 소주다
네겐 중요한 사명이 있다고

하지만 난 조부님도, 유방도
뵌 적이 없소

초와 한의 싸움은 나에게
옛날 이야기일 뿐이오

지금도 소주잖아요?

그렇소, 난 소주요
평생 사명감에서 못 벗어나지

그러고 보니 당신은 정말
유선과 닮았네요

소주님, 유선은 용서 못할 죄를
지었습니다, 뭘 망설이십니까?

유선의 행동에 모두 분노합니다

유선을 용서하면 무슨 낯으로
사람들과 조상들을 대할 겁니까?

소주님!

그만하시오, 동굴에 가두시오
처벌은 알아서 할 테니까!

- 소주님! 소주님! 소주님!
- 소주님! 소주님! 소주님!

그냥 둬라

유선

안심해요, 항운은 좋은 사람이니
꼭 당신을 풀어줄 거예요

아저씨

오래 있지 마시오
밖에서 기다릴 테니, 가자

제영, 살아봤자 이대로
고통만 계속될 뿐이오

내가 그러길 바라는 거요?

그런 말 말아요, 말했잖아요
당신은 반드시 꼭 나을 거에요

- 왜 포기하지 않는 거요?
- 당신 말이 맞아요

당신이니까
당신이니까 포기 안 해요

그러니 당신도 포기하지 말아요

생각해봐요

당신은 그동안 많이 힘들었어요
왜 이렇게 빨리 끝내려 해요?

아직도 할 일이 많잖아요

난 지금 폐인이오, 뭘 할 수 있겠소?

행복이요, 행복해져야죠

앞으로의 행복으로
과거의 괴로움을 잊어요

앞으로의 행복으로..
과거의 괴로움을 잊는다..

유선, 생각해봐요
괴로움을 모두 잊고

행복해져야만 나와 어울리죠

내가 행복해져야
행복한 제영과 어울린다고?

네

지금의 고통은 잠깐이에요

심마를 잊어버려야만
의미 있게 살 수 있어요

많은 사람들이 불로장생이나
회생을 추구하죠

하지만 난 믿지 않아요

난 생각해요

살아가면서

행복해야만

의미가 있다고..

그래서 사는 거예요, 맞죠?

어떻게 해야 하지?
어떻게 이런 일이..

소주님은 성존님이 오신 후
성존님을 존중해왔습니다

지금 문제가 생겼습니다

성존님의 혜안으로
소주님을 이끌어주십시오

날 과대평가하시는구려

내가 정말 존경 받는 존재라면
소주는 왜 안 오는 거요?

소주께서 유선을 구하겠다며
내 의견을 물으셨소

그때 난 소주의 결정을
따르겠다고 했소

난 객일 뿐이오
어찌 주인 대신 나서겠소?

이런 일이 생긴 건 모두
당신들 소주 잘못이에요

유해가 망가졌으니
패왕의 회생은 불가능해요!

성존님! 성존님!

성존님께서 안 도와주시면
어떻게 천하를 도모하겠습니까?

앞으로도 계속 이곳에서
살란 말씀입니까?

맞습니다, 성존님! 성존님!

멍청한 놈들, 약도 없군

성존님 한 마디라도 말씀해주십시오

패왕의 회생을 2,30년이나
기다렸으니 며칠만 더 참으시오

나도 생각해보겠소

성존님! 성존님!

- 성존님, 패왕의 회생은..
- 네 생각은?

성존님께서 패왕을 회생시켜도
저들은 꿈을 이루지 못할 거예요

항운을 보세요, 멀쩡해 보이지만
속은 계집애처럼 물러터졌어요

패왕이 회생하더라도
다시 속 터져 죽을 거예요

성존님, 웃지 마세요

사실 성존님과 오래 있었지만
아직도 성존님을 잘 모르겠어요

참은 거짓이고 거짓은 참이지

몰라도 되는 일도 있단다

박쥐? 웬 박쥐지?

막낭이다, 날 찾고 있구나

막낭

끝났으니 옷 입어도 돼

고맙소

뭐가?

그동안 내 상처를 고쳐줬잖소

- 그럼 뭣 때문인 줄 알았소?
- 아냐

거의 회복된 것 같으니
이젠 떠나야겠소

- 떠나? 어째서?
- 안 떠나길 바라오?

아냐, 당신 마음대로니까
가려면 가, 누가 감히 막겠어?

당신, 당신만 원하면 가지 않겠소

내가 왜 붙잡아?
혼자서 잘 지내는데

내 생각은 틀리오
누구나 혼자 살 수 없소

막낭, 그동안 나와 있으면서
아무 감정도 없었던 거요?

그런 거 묻지 마

사람에겐 감정이 있소, 누군가와
함께 있고픈 건 당연한 거요

난 정말 당신과 함께 있고 싶소

생선탕이..

그냥 두시오, 손 다쳤잖소

- 정말 내게 관심 있어?
- 당신도 내게 그렇잖소

거짓말은 아니지?

생선탕.. 또 생선탕이군

- 생선탕이 왜?
- 당신과 유선이 생각나오

기억하오?

당신이 유선을 구했을 때

당신을 쫓아왔다가
저걸 끓이고 있는 걸 봤소

유선을 간호해주고..

당신은 유선을 사랑했었지
지금도 그런 것 같군

여복

잘 알아둬

내 마음을 준 이상
절대 날 실망시켜선 안 돼

하늘에 맹세하겠소, 절대 안 그러겠소

왜? 웬 한숨이오?

난 지금 정말 행복해
하지만 언젠가는..

언젠가 내가 죽을 거라고?
당신은 불로장생하니까?

괜찮소

언제나 당신 곁에 있겠소
내가 죽는 날까지

함께 있는 시간은 짧아도
사랑은 영원한 거요

당신도 불로장생하면
우리 둘은 정말로..

영원한 한 쌍의 연인이 될 거야

영원한 연인은 둘째치고
당신에게 부탁하겠소

- 무슨 부탁?
- 생선탕은 나에게만 끓여주시오

몰라